[제주무전여행] 나홀로 제주 무전여행. 그 어떤 폭염도 나를 막을 수 없다. 차귀도 수월봉.



전편

[제주무전여행] 나홀로 제주 무전여행.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줄 알긴, 무한감사입니다. 월령리 판포리




등을 벅벅 긁으며 일어났다. 이 넓은 교회 마룻바닥에서 홀로 자게되어 외로울줄 알았더니 모기 수십마리가 나와 같은 이불을 덮고 있었다. 찰싹찰싹. 책임질수도 없는 녀석들이 나와 살과 피를 섞었다. 부스스한 꼴로 화장실에 가서 나갈 채비를 했다. 이번 무전여행의 지켜야할 수칙 3번 이던가. 거지꼴 NO. 최대한 깔끔하게 다니기. 좁은 세면대에 머리통을 집어 넣는건 쉽지 않았다. 바를거 다 바르고. 내가 머물렀던 흔적을 감쪽같이 없애고 총총총. 하룻밤 신세졌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아멘.




밝아진 교회 내부


죠기 뒤에 교회. 감사합니다.



상쾌한 출발이다. 아직 태양볕이 그리 강하게 내리쬐지 않는 아침 시간대에 최대한 많이 이동하자는 마음에 부지런히 다리를 놀렸다. 어제 만난 귀인 중 치킨을 같이 뜯으셨던 귀인이 차귀도쪽 수월봉을 추천해주셨기에 그곳에 먼저 가보기로 했다. 열심히 걷고 걷고 또 걷다보니 수월봉 표지판이 나왔다. 아직 4Km는 남았댄다. 이정도는 뭐 따땃한 죽먹기지. 이 폭염에 말야. 가는 길에 도로변에 코스모스가 많이 피었다. 안찍을수 없어 핸드폰 G2를 들이댔다. 문득 떠오르는 잃어버린 내 DSLR ㅠㅠ.




고마워. 상냥하네.



뭐 이따구로 찍었냐.


낯짝주의보.


딱 기다려. 아이스 아메리카노 준비해놔.



두 시간 가까이 걸었나? 구름이 걷히고 말도 안되는 태양볕이 내 몸뚱이를 격하게 주물렀다. 비상.비상. 가지고있던 물을 다 먹어버렸다. 낚시용품을 파는 가게에 들러서 물을 얻을 수 있는지 양해를 구하고 패트병을 채웠다. 걸음 속도는 조금 더뎌졌지만 꾸준히 앞으로 향해 나아갔다. 열심히 걷다보니 시야에 차귀도가 보이기 시작했다. 좀만 더 힘내자. 이럴 때 보답해야지 다리몽뚱아리야.



밭매는이 하나 없는 정말 조용한 곳.


땀도 금방금방 마르더이다.


멀리 차귀도가 보이기 시작했다.



난데없이 하얀색의 줄 행렬이 시작되었다. 오징어들이었다. 정확히는 한치. 워워. 진정하라구. 손 대선 안돼. 몹쓸 허기진 오른손아. 지켜만봐. 기다려. 옳지. 딱 봐도 이곳의 특산물은 한치 같았다. 아~ 한치가 이렇게 말리는거였군. 내가 맥주 안주로 먹던 녀석과는 크기부터 잽도 안되게 컸다. 한치는 오징어 새끼랬으니까 그냥 이건 오징어라고 봐야되나. 여튼 짭쪼롬하고 비린 냄새도 행렬과 같이 시작되었고 이는 바다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의미했다.  어촌 입구에 도달했다. 고산리 어촌이었다. 



이모, 여기 카스 두 병이요.




네 이녀석들. 가만히 앉아서 삼시세끼 받아먹으니 좋더냐. 크면 무전여행 꼭 해라.


배 파편으로 만들었나요?


간장에 마요네즈, 청양고추 넣은 소스. 전주에만 있는건가? 여튼 그거에 푹 찍어다가..





불과 몇미터를 텀으로 오징어를 파는 노점이 계속되었다. 방파제가 보이고 이윽고 파란 바다가 나타났다. 바닷바람이 시원하니 땀을 식혀주었다. 기분이 좋아졌다. 왠지 저 오징어를 맛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 한참 착각이었지만. 핸드폰의 음악에 맞춰 스텝 바이 스텝. 뱃사람이신듯한 아저씨 몇 분이 나를 신기하게 쳐다보자 급격히 얌전해졌다.



나는. 말린다. 오징어.


차귀도

머리 큰 놈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좀 더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자 수월봉으로 향하는 자전거 길이 나 있었다. 가는동안 자전거 한 대 못봤지만 목적지였던 수월봉까지 나름 볼거리가 있었던 코스였다. 파도도 장관이었지만 왼편에 물이 흐르는 바위와 단층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게들도 보였다. 제법 큰게 마우스 크기 정도 됐던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잽쌌다. 아주 좋은 단백질 공급원이 될뻔 했지만 패스.



자전거길 코스 입구에 위치한 공원(?)




부서집니다.



미끄러울거같아.




수월봉과 고산 기상대 머리가 보인다.




수월봉이 점점 다가왔다. 좌측으로 틀어 수월봉을 타야했으나 우측에 내려가는 길이 있기에 내려가보았다. 젖은 바위와 바위 사이를 요리조리 밟아 앞으로 쭉쭉 나갔다. 게들과 다리 많이 달린 벌레들이 후다다닥 사라졌다 생겨났다 했다. 끝에 뭐가 있지 않을까 해서 바위를 뛰고 파도를 건너 끝까지 가보았지만 별 다른게 나오지 않았다. 다시 유턴. 돌아오는길은 상당히 지쳤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이번엔 정상적인 길인 좌측으로 틀었다. 금새 오르막길이 뙇 하고 나타났다. 수월봉은 노꼬물오름이라고도 불리는 곳으로 생각보다 턱이 가파랐던데다 오후 2시의 엄청난 뙤양볕에 끝까지 올라가려니 아주 죽을 맛이었다. 내려오시는 다른 관광객들이 걸어서 올라가는건 힘들텐데 왜 차 타고 오지 않았냐고 넌지시 여쭤보셨을 정도. 차요.. 차가 있으면 제가...헥헥.. 아닙니다. 땀을 한 바가지는 흘리며 겨우겨우 정상 턱에 올랐다. 목이 너무 타고 온몸에 힘이 쭉 빠졌다. 수월봉 정상엔 고산 기상대가 있었고 근처엔 푸른 녹음이 짙은 언덕과 정자가 있었는데, 절경이고 뭐고 일단 기상대 들어가서 물 좀 얻어 마셔야겠다는 일념하에 건물로 직행했다. 경비를 책임지시는듯한 아저씨께서 내 행색을 보더니 차가운 물을 마실 수 있도록 선처해 주셨다. 감사..감사합니다. 벌컥벌컥.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로 향했다. 에어컨을 원했지만 택도 없었다. 어쨌든 뷰 하나는 끝내줬다.



 정상에 도착해서. 올라오는데 진짜 힘들었음.


그래도 찍을건 찍어야지. 


기상대.


뷰를 볼 수 있는 전망대.





기상대 화장실에 들러 머리를 한번 감고 온몸에 물을 뿌려댔다. 있잖아. 천국은 여기에도 있어. 패트병에 물을 가득 채우고 아까 지나쳤던 정자 쪽으로 향했다. 그래도 높은 곳이라고 바람이 제법 불어댄데다가 물까지 끼얹은 상태이니 꽤나 시원했다. 천국은 여기에도 있다니까. 살랑살랑 흔들리는 초록빛의 풀들과 탁 트인 차귀도와 바다 뷰의 조화는 단연 이 날의 하이라이트였다. 가장자리에 난 길을 따라 한 바퀴를 돌면 정자가 나타났다. 바람이 기분 좋게 간지럽히는데 그곳에 있는게 너무 좋아 한시간은 앉아 있었다. 수월봉에 도착했으니 다음 목적지인 중문으로 가방 화이트보드의 문구를 바꿨다. 히치하이킹을 기대하며 같이 가자는 말도...후.




사진만 봐도 시원하네




바다 반대편의 뷰.


가방끈 모양대로 땀 난것 봐. 칼만 쥐면 망나니.  


좀 같이 좀 갑시다.



정자엔 가족 단위나 어르신들이 대부분이었다. 정자 한 가운데엔 할아버지 두 분께서 큰 데시벨로 술을 드시며 말씀을 나누셨는데, 얼마 있지 않아 갑작스레 경찰 두 분이 들이닥쳐 이 할아버지들의 음주를 저지했다. 누군가 신고한 모양이었다. 술을 안마시겠다는 다짐과 술을 가져가시는 걸로 가벼운 실랑이는 끝이 났다. 충분히 쉴만큼 쉬었고 점심 시간대도 훌쩍 지났으니 슬슬 발걸음을 옮겨야 할 때가 되었다.



다음편에 계속





 


진행상황




다음편 사진 투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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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 글이 재밌습니다 .. 마치 제가 걷는 기분이네요 ...
      수월봉과 차귀도 .. 이쪽도 걷기 참 좋은 곳이지요 ..
      무전여행에서 깔끔하게 하고 다녀야 한다고 하신 부분 ..
      저는 그지꼴로 하고 다님을 반성해봅니다 .. ㅎㅎ

    • 대신 여행하는 기분이 드네요ㅎㅎㅎ글 보니까 여행 가고싶네요~~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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